반응형 시 모음49 長詩 / 우리 집은 개판이다 우리 집은 개판이다 서재남 이런 말 하긴 좀 뭣하지만 솔직히 우리 집은 한마디로 개판이다 세상에 개판 개판 해도 이런 놈의 개판은 없을 게다 다른 말이 아니라 이 놈의 집구석에선 사람이 아닌 개새끼가 버젓이 주인노릇을 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본래 우리 집은 조상 대대로 개를 많게는 늘상 한 여남은 마리씩은 남아 멕였었다 키워서, 새끼 내서 더러 장에 내다 팔기도 했지만 개 키워 무슨 이재를 하자는 목적이 아니라 집이 워낙 동네서 뚝 떨어져 외지기도 하거니와 좀 안다는 사람들마다 일쑤 이 집의 터가 세단 말들을 하고 그래서 개한테 집도 지키게 하고 방액도 하자는 뜻에서 길렀던 것이다 물론 개뿐 아니라 갖은 가축들도 곁들여서 우리가 치는 개는 본래 순 우리토종 똥개다 전에 동네에 개박사라는 별호를 가지신 .. 2022. 1. 4. 이 땅에 똥개로 태어나 이 땅에 똥개로 태어나 서재남 앞집 사는 프랑스産 하얀 털북숭이 브리짓드는 제 쥔 품에 안겨 오늘 아침 동해안으로 삼박사일 피서여행을 떠났다네 망할 것, 룰루랄라 휘파람 불며 거만을 떨대 자탄하지 말게 우리 같은 똥개가 어디 개 축에나 든다고 갖은 멸시 천대에 뻑하면 화풀이 발길질에 옆구리 갈비뼈 성할 날 없는 처지로 언감생심, 개다운 대접이라니? 똥개 주제에 바랄 걸 바라야지 "나는 너희의 하늘이니 우러러 경배하라 내 말은 곧 하늘의 법, 오로지 순종할지니 토를 달거나 거역하는 자 목숨 온전치 못하리라."는 귀에 딱지가 눌도록 들어 외운 주인 어르신의 지엄하신 분부 받들어 시키면 시키는 대로 집 지키라면 집 지키고 뭐 물어오라면 물어다 바치고 이제는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착착 하지 말란 짓은 절대로 하.. 2022. 1. 4. 공부나 해라 공부나 해라 서재남 네이슨지 나이슨지가 뭣 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비싼 돈 들여서 저리 하려고 드는 데는 무슨 깊은 까닭이 있지 않겠냐 너 학교 다니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거 담배 피우고, 피시방으로 비디오방으로 다니면서 온갖 불량하고 요상스러운 짓만 하는 거 그러다 정학 세 번 당할 뻔한 걸 이 에비가 네 학교 교무실 찾아가 무릎 꿇고 두 손 싹싹 빌어 모면한 거 성적은 꼴찌에서 선두라는 거 우리 집에 피아노 없고 테레비도 15년 된 고물이고 나 노가다 현장에서 허리 다친 뒤로 생활보호대상이고, 네 그래서 급식 먹는 거 너 어려서 네 엄마 집 나가고 너도 5학년 때 집 두 번 나갔다는 거 특히 너 어른한테 말대꾸 잘하고 이기적이고 남하고 어울리지 못하는 거 열살 때까지 이불에 오줌싼 거, 말 더듬는 거 .. 2022. 1. 4. 그 여름날의 삽화 그 여름 날의 삽화 서재남 저 빗속을 걸어 거기 가면 아직 있을까 힘겨운 사랑 서로 가슴에 묻던 간이역 플랫트 홈 빨간 사르비아 꽃 쓸쓸히 오늘도 비에 젖고 있을까 세월이 이만큼 흘러갔는데 설마 아직 거기 있을까 잿빛 하늘 낮게 드리운 포구 버려진 木船 한 척 오늘도 바람에 흔들리고 있을까 이제는 아득한 기억 속 당신의 얼굴은 거의 다 지워지고 없다. 눈물뿐이던 그 날의 가슴앓이는 다 나았을까 까마득히 잊혀졌을 나의 이름 어쩌면 아직도 지우지 못한 건 아닐까 2022. 1. 4. 이전 1 2 3 4 5 6 7 ··· 13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