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칠선암3 칠선암(七仙庵) #3 칠선암 #3 서재남 사는 게 다 시들하고 희망도 시덥잖아 어디론가 무작정 떠나고 싶어 마음 動하면 말일세, 자네 밤마실이라도 가듯이 휘적휘적 내려올 차비만 해서 내려 오시게 사람이 사람을 마음만으로는 못 만나는 거더라? 사람 사이를 믿음만으로는 이을 수 없더라? 그래, 그렇지 세상살이 잡다한 시달림, 그 중 힘에 부친 것이 사람으로 속 상하는 일이려니 마음 하나 누일 곳 찾으려도 흔치는 않을 터 아무 데나 가서 쓰러져 눕지 말고 이리 오시게 곰팡내는 좀 나지만, 방 하나 깨끗이 치워놓을 테니 와서 그저 편히 쉬었다 가시게 2001.12.24 2022. 1. 4. 칠선암(七仙庵) #2 칠선암 #2 서재남 뭐 볼 것 있다고 누가 이런 오지를 품 내서 찾아 오겄는가 하도 지대가 높고 길이 험해서 등산 철이라 해봐야 한 달 내 사람 서너 너댓이나 올라 올랑가 歲寒에는 눈 한 번 왔다 하면 석 달은 딸싹없이 눈 속에 갇혀 버리고 마네, 이곳이 어떤 때는 아침에 일어나 보면은 마당에 눈이 한 길은 남아 되게 쌓였을 적도 있어 천지가 온통 눈밭이야. 그런 날은 사람커녕 까막까치 참새새끼 한 마리 종일 얼씬을 못해 자네 기왕지사 올라 왔으니 한 삼년, ‘나 죽었네’하고 저 아래 일은 생각도 말고 지내소 사람 미련헌 것들이 제 아무리 목숨 내걸어 부르대든들 세상 이겨먹을 가망이 없는 바에야 머추름 물러 날 줄도 알어야지 괜히 가슴팍 골병에다 술病으로 五臟 다 무너져서는 제 命 못 지키고 지로 가는 .. 2022. 1. 4. 칠선암(七仙庵) #1 칠선암 #1 서 재 남 밖에 거 누구신가 기척도 없이 서 있덜 말고 어여 들어 오시게 그래 추워 오늘 추운 날이시 가차이 와 손 좀 녹이게 어디서 오시는 길인가 오늘도 그 한데 서서 죙일 떨다 온 게로구먼 그만 이제 잊으시게 잊어 버릴 만도 하지 않은가 애시당초 돌아 올 맘이 없었던 거여 쯧쯧 못난 사람 허구는 죽었다 생각 혀 그 여자 어쩌나 미안허이 남은 밥도 없고 이 거라도 드시게 이 쪽 아랫목은 불끼가 좀 있으이 잠이나 한 숨 푹 자게 나, 요 아래 좀 내려 갔다 옴세 2001.3.8 2022. 1. 4.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