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시 모음49 분꽃 씨를 받으며 분꽃 씨를 받으며 서재남 수류탄을 조그맣게 축소해놓은 것 같은 까만 분꽃 씨를 받으며, 이 아침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의 어린 고아를 생각한다 절룩거리는 다리를 끌고 죽기살기로 이스라엘 탱크를 쫓아가며 돌을 던지던 그 어린 소년의 적개심으로 이글거리던 눈빛을 떠올린다. 지난 봄 개울 둔덕에 하나 둘 풀들이 돋아나던 날 열 아홉살 형은 인티파타의 위대한 전사답게 폭탄을 가득 실은 트럭을 적진으로 몰고 가 철이른 분꽃이 되어 장렬히 타올랐다 그 다음날 친구들과 탄피를 주워 집으로 오다가 적들이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걸 보았다. 아비와 어메는 친구들의 아비와 어메들처럼 무너진 집더미에 깔려서 죽었다 그 후로도 형들은 자원하여 그들의 길을 갔다 부서진 마을에선 그래도 날마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그 시궁창 가에도 .. 2022. 1. 4. 부켁부켁 구깃구깃 부켁부켁 구깃구깃 (北核.國益) 서재남 그게 아니라 '북핵문제'가 아니라 '북한의 에너지 문제'라는데 자꾸 딴소리들만 지껄이네 그러니까 그게 50년도 넘는 세월을 봉쇄와 고립정책으로 옭아맨 저 미국놈들 때문이라는데 이것들은 뭘 잘못 먹다 모가지에 가시가 걸렸나 부켁부켁 켁켁거리고들 있어 알 것 다 알만한 것들이 그 입으로 이번엔 그게 말 할 것도 없이 '이라크 민중을 구하는 해방전쟁'이 아니라 석유를 노린 '오만한 제국의 침략'이라는데 쓰잘데기 없는 수사(修辭)들은 왜 갖다 붙이나 미국 덕에 자리보전하는 저 썩은 정치모리배들과 멀쩡한 건물도 때려 부숴서 다시 짓고 해야 돈이 되는 그래서 전쟁 날 때마다 절씨구나 한몫 잡을 욕심으로 전자계산기 두드리며 손익계산에 몰두하는 저 재벌기업들과 전투 지휘경력 쌓아.. 2022. 1. 4. 당신의 조국 당신의 조국 서재남 안 그래도 시장하던 저 승냥이떼들 당신 덕에 호재를 만났오 좋은 먹잇감이 제 발로 걸어 들어와 오랜만에 고기 맛을 보게 해주고 있으니 어절시구 어깨춤에 휘파람이 절로 안 나겠소? 저 중에 우두머리 되는 놈 하는 양을 보오 까짓 이실직고 따위가 무슨 필요냐 불문곡직 끌어다가 치도곤을 놓자 지금 당장에 살 긁어내고 뼈를 바르자 두둔하고 역성드는 놈들까지 싹 끌어다가 주리 틀고 물고를 내서 이 참에 아예 씨를 말려버리자!! 저, 살기 어린 눈빛을 좀 보시오 당신은 그랬겠지 설마하니 이만이나 세월이 흘렀는데 민간정부 들어선 지가 언젠데 달라져도 조금은 달라졌으리라 했겠지 너그럽게 받아주진 않더라도 이렇게까지 우우하니 달려들어 무참히 물어뜯고 발기발기 찢어발길 줄이야 몰랐겠지 순진한 당신은 그.. 2022. 1. 4. 아들아, 어서 가거라 아들아, 어서 가거라 - 아프가니스탄 2001년 여름 9월 - 무애자 손님이 온단다, 어서 떠나거라. 이웃들 몇은 이미 어젯밤에 떠났다. 우즈벡이든 다람살라든 네 처 새끼들 데리고 날 밝기 전에 저 고개 넘어 뒤도 돌아보지 말고, 아들아 어서 가거라. 천애절벽 험준한 산악지대 거저 주며 살으래도 고개 저을 척박한 땅에 곧 우뢰처럼 지진처럼 낯선 이들이 온다는구나. 반기지 않건만 꼭 오겠다는구나. 목숨 내어 놓지 않고는 어림도 없는 저 위태로운 절벽을 밧줄도 없이 벌떼처럼 하늘 길로 해서 뭐 얻어먹을 게 있다고 오지 못해 안달병이 났다는구나. 조상 님들 혼백, 산천 자락자락에 바람결로 감돌고 너와 나 태어나서 자라고 장차 죽어 묻힐 이 땅, 어느 시러배 잡놈이 감히 더러운 입김을 쐬인단 말이냐. 풀 한 포.. 2022. 1. 4. 이전 1 2 3 4 ··· 13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