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길2 길 #1 길 #1 서재남 쉿! 여기서부턴 거미들의 영토 이 번득이는 촉수가 보여? 누구든 진중치 못할 자 이리 나와 얌전히 두손 합장하고 복창하라 "나는 죽었다." 지각없이 함부로 숨소리를 내는 자 있거든 당장에 숨통을 끊어 주리라 진흙 묻은 신발 채로 이 거룩한 이의 처소에 함부로 들어 쿵쾅거리는 자 있거든 다리 몽댕이 작씬 분질러 주리라 자! 신발 벗어들고 가만가만 발소리 나지 않게 찍소리도 나지 않게 앞으로 느리게 아주 느리게 아주아주 느리게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처럼 정 지 하 라 2001. 10. 25 2022. 1. 4. 길 #2 길 #2 서 재 남 이 길이 그 길 같고 저 길도 그 길 같고 사통팔달 길 아닌 길이 없지만 더러는 막히고 끊기고 길마다 處處에 진수렁 허방다리 발 내딛으면 스르르 사라져 가뭇도 없는 길 이곳은 안개 출몰 지역 지척도 분간할 수 없는 골(谷) 자꾸만 발걸음 뒤엉키거든 핑계삼아 이대로 멈추어도 볼 일 앉거나 눕거나 눈을 감거나 다시 길 떠나기 전 지나온 길 지워진 자국 한 번은 부러 돌아도 볼 일 2002.1.21 월간 한맥문학 2002.12월호에 수록 2022. 1. 4.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