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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1

시 모음

by RobotWizard 2022. 1. 4.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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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1


서재남



쉿!
여기서부턴 거미들의 영토
이 번득이는 촉수가 보여?
누구든 진중치 못할 자
이리 나와 얌전히 두손 합장하고
복창하라
"나는 죽었다."

지각없이 함부로
숨소리를 내는 자 있거든
당장에 숨통을 끊어 주리라
진흙 묻은 신발 채로
이 거룩한 이의 처소에 함부로 들어
쿵쾅거리는 자 있거든
다리 몽댕이 작씬 분질러 주리라

자!
신발 벗어들고 가만가만
발소리 나지 않게
찍소리도 나지 않게 앞으로
느리게
아주 느리게
아주아주 느리게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처럼






2001.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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