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다니, 어딜요
-수구논객 김보수氏의 알랑방귀-
서 재 남
가라니요
그 따위 불온한 말을...
세상에나 저런 몰상식한 것들이 다 있나
사람이 큰일을 하다가 보면
천하없는 기술자라도 실수는 하는 법이고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요
단지 사람 둘 죽은 건데
시빗거리도 못되는 걸 가지고
곡식 만난 메뚜기모양 저 난리 북새통이라니
저 소가지 없는 것들 저만 보면
親美네 事大네 賣國이네
벼라별 악담을 퍼부어대지만
저 짓이 어제오늘 일인가요
저처럼 듣는 시늉도 말고
귓결로 흘려버리시고, 참으셔요
이역만리 거기서 여기가 어디라고
고향도 버리고
물 설고 낯선 이 땅에 들어와서
육십 년을 하루같이, 궂은 일 힘든 일에
형님 지금까지 고생 못했단 소리 못합지요
동생처럼 자식처럼 보살펴주신 형님 덕분에
이만큼이라도 배불리 먹고
등 따땃이 편한 잠 자는 것 아니던가요
형님께서 이렇게 동네 한복판에 터어억
버팅기고 눌러앉아 불철주야 지켜주지 않았더라면
극악무도한 저 윗동네 작것들한테 어찌 되었을까요
아이고, 생각만 해도 모골이 다 송연하네요
그런데, 감히 나가라니요
저것들이 장차
얼마나 험한 꼴을 당하고 싶어서 저럴까요
형님 발아래 꿇어 엎디어 큰절은 못할 망정
배은망덕도 유분수지 절로 터진 입이라고
어디서 툭하면 저 방정들인지
그리고, 형님 비위 건드려서는
무사하지 못하다는 것쯤이야
여태껏 지켜봐서 번히 알 텐데
배운 데 없는 것들이 겁도 없지, 원
어린 것들은 물정 어두워 그러려니 하지만
나이 든 것들까지 나서서 북 치고 장구 치고
어찌 저리 사리분별을 못할까요
형님, 심기 불편하신 줄은 압니다만
어쩌겠습니까 형님께서 이해해 주셔야지요
제가 조석으로 동네방네에 방송을 해서
입단속을 단단히 시키겠습니다
그런 위험천만한 소리하는 작자들
사그리 잡아내어 주리를 틀어놓겠습니다
육십 년이 적은 세월입니까
그 동안 親살붙이처럼 살았는데
알콩달콩 든 정이 얼만데
백년 아니라 천년인들 함께 못살까요
형님 없이 이 동네가 하룬들 지탱할 수 있을까요
형님이 안 지켜주면 이 못난 목숨들 누가 지켜주나요
힘없는 우린 누굴 의지하며 살라고
가시다니! 가시다니, 어딜요
제발제발 그런 말씀일랑 마세요
가슴이 쓰리고 에려서 못살겠네요
2003.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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