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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선암 #3
서재남
사는 게 다 시들하고 희망도 시덥잖아
어디론가 무작정 떠나고 싶어
마음 動하면 말일세, 자네
밤마실이라도 가듯이 휘적휘적
내려올 차비만 해서 내려 오시게
사람이 사람을 마음만으로는 못 만나는 거더라?
사람 사이를 믿음만으로는 이을 수 없더라?
그래, 그렇지
세상살이 잡다한 시달림, 그 중 힘에 부친 것이
사람으로 속 상하는 일이려니
마음 하나 누일 곳 찾으려도 흔치는 않을 터
아무 데나 가서 쓰러져 눕지 말고
이리 오시게
곰팡내는 좀 나지만, 방 하나 깨끗이 치워놓을 테니
와서 그저 편히 쉬었다 가시게
2001.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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