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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을 지나며
서 재 남
출퇴근하자면
하루에 두 번은
그 놈의 데를
싫어도 꼭 거쳐가야 한다
저기 저
마포대교나 성산대교로 해서
일부러 돌아가자니
너무 멀기도 하고
전철을 타거나 버스를 타거나
분하고 억울하고 부끄러운 마음
애써 꾹꾹 질러 누르며
고개 모로 돌리고 지난다
우리 젊은 군인들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충실히 보초를 서주고 있는
그 정문 앞을 지날 때면
제발 정지신호에 걸리지 마라
눈 질끈 감고 속으로
빌고 또 빈다
삽으로 뚝 떠서 어디다
갖다 버리지도 못하고
그 놈의 데를 매일
안 지나다닐 수가 없다
2002.3.16
월간 한맥문학 2002.6월호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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