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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가 가끔은 네 생각이 난다
서재남
살다가 가끔은 네 생각이 난다
지친 걸음으로 육교 계단을 오르다가
교차로에 서서 파란 불 신호를 기다리다가
때로는 마누라 얼굴 무심코 바라보다가도
그 해 여름, 그 밤,무의도
이미 체념하기로 한 듯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 애써 지으며
나를 바라보던
그러나 헝클어져 있던
너의 눈빛이 떠오른다
너는 돌아 누우며 혼잣말처럼
날이 밝으면 저 비가 그치고
바람도 멈추는 거겠죠?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께 나는
어울리지 않는 여자예요...
라고 했다
바다는 그 밤 새도록
뒤척이며 잠을 못 이루었다
글쎄 지금도 잘 모르겠다
우리가 그 때 헤어진 것이
잘 한 일이었는지
그 바다에 둘이서 같이
풍덩 빠져버리지 않은 것이
정말 천만다행한 일이었는지
이별이 잦던 그 젊은 날
꽃은 피었다 왜 지는지
우린 잘 몰랐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우리는
전혀 만나지지 않았다
세상엔 우연한 일도 많고 많은데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 되어
저 여수 어디에서 산다는 말을 들었을 뿐
오늘은 알타리 김치에 밥을 비벼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이빨을 쑤시며
네 생각을 한다
나도 시나브로 늙어가는 중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문득문득 네 생각이 난다
* 무의도 : 서해안의 섬
200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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