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궤도를 따라가며
서재남
우리도 남들처럼
만나면 둘이서 하고픈 일이
참 많지요만
우리는 너무 멀리 있어서요
자주 만날 수가 없어요
우리는 이 지구 위에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리며
서로 반대편으로 도는 중이거든요
아주 드물게 엇갈려가면서도
얼굴이나 잠시 스친 듯 만 듯 할 뿐
우리는 이 궤도를 벗어날 수 없어요
우리가 속한 이 우주의 질서와 법도에 따라
이미 정해진 길이거든요
때로 일탈을 꿈꾸어도 보지만
죽기 전에는 어림없지요
2003.1.21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