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봄
야만의 봄 서재남 봄인가 저 이역 땅엔 열흘째 쉴새없이 폭탄비가 내리는데 저리 나무마다 새 이파리 포릇포릇하고 풀섶마다 노란 민들레들 고개 들어 봉기하고 진달래 개나리 목련꽃 때맞춰 벙그는 눈물나게 화사하니 봄은 봄이겠지만 저 곳은 지금 죽음의 계절 바그다드와 바스라 거리의 가난한 아비들은 방공호 속에 아이들 몰아넣고 불타는 거리로 먹을 것을 찾아나섰다 온몸에 유리파편이 박히고 팔다리 잘린 아이들 겁에 질려 울지도 못하는 저 선하디 선한 눈매 앞에서 이 땅 온 천지에 꽃피어 아무리 호들갑을 떨어도 차마 오늘은 아름답다 말못하겠다 국익을 위한 파병이라느니 때맞춰 어서 보내라느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이 땅의 평화를 구걸하는 자들이여 저 사람들 눈에 흐르는 피눈물이 보이는가 이 야만의 땅에 빌붙어사는 내..
시 모음
2022. 1. 4.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