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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모음

야만의 봄

by RobotWizard 2022.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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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봄

 

서재남

 

봄인가
저 이역 땅엔 열흘째 쉴새없이 폭탄비가 내리는데
저리 나무마다 새 이파리 포릇포릇하고
풀섶마다 노란 민들레들 고개 들어 봉기하고
진달래 개나리 목련꽃 때맞춰 벙그는
눈물나게 화사하니 봄은 봄이겠지만
저 곳은 지금 죽음의 계절


바그다드와 바스라 거리의 가난한 아비들은
방공호 속에 아이들 몰아넣고 불타는 거리로
먹을 것을 찾아나섰다
온몸에 유리파편이 박히고 팔다리 잘린 아이들
겁에 질려 울지도 못하는 저 선하디 선한 눈매 앞에서
이 땅 온 천지에 꽃피어 아무리 호들갑을 떨어도
차마 오늘은 아름답다 말못하겠다


국익을 위한 파병이라느니
때맞춰 어서 보내라느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이 땅의 평화를 구걸하는 자들이여
저 사람들 눈에 흐르는 피눈물이 보이는가
이 야만의 땅에 빌붙어사는 내가 더럽고 더럽다
차마 얼굴들어 하늘을 못쳐다보겠다


200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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