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놈, 누워서 하늘에 침을 뱉어?

이 놈, 누워서 하늘에 침을 뱉어?

서 재 남


이 놈이, 왜 또
점심 굶은 시에미상을 해 가지고
버르장머리없이 어른 턱밑에 대고
삿대질이냐 삿대질은
그러다 어른 콧구멍 찔르겄다

그게 말이여 막걸리여
이 놈, 호 불호간에
이미 지워진 멍에
벗을 수 있으면 어디 벗어 봐
마소 길마 무겁다고 드러눕는 법 없어

어디서 날밤을 샜는지
화류춘풍에 날 새는 줄 모를 땐 언제고
핑계는 좋다, 이 놈
사람 겔러빠진 건 砒霜으로나 다스려야지
그만 일어나거라, 이 놈!


2001.12.31
-------------------------------------
*호 불호(好 不好) 간에 : 좋건 싫건 간에
*마소 : 말과 소
*길마 : 짐을 실을 때 얹는 안장
*겔러빠진 : 게을러 빠진
*비상(砒霜) : 砒石을 가열하여 만든 독약


* 월간 한맥문학 2002. 6월호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