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

그 집 여자

RobotWizard 2022. 1. 4.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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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 여자

 서 재 남


그 집 여자
오늘 아침에도 제 남편 밥상머리에
고개 탁 쳐들고 앉아서
이렇게 궁시렁대었다

당신 도대체가
살림을 할라고 그래, 말라고 그래
얻어먹고 빌어먹고 하던 때가 언제라고
끼니 안 거르고 밥술이나 먹으니
이제 배야지가 따땃해?
나 벌어 나 먹고
저 벌어 저 먹으면 되었지
자기가 무슨 갑부 집 아들이나 된다고
그 집구석 구휼(救恤)에
당신이 왜 팔을 걷어붙여?
아예 빚 얻고 놉 얻어 들이대지?
내 코가 석잔데 돕긴 누굴 돕는다고 그래?

다른 말 아니라
바로 저 우엣 棟 아파트에 사는
하나밖에 없다는 시동생
형편 어려우니 쌀 섬이나 보태주자고
남편은 그래 쌓는데
그 여자,
말 한마디 내비치기가 무섭게
눈에 쌍심지 돋우고는
저리 천장 닿게 길길이 날뛰는 것이다
저리 무람하게도
내(內)주장을 하는 것이다

그나저나 저 병신,
으이그 저건 여적지
제 마누라 하나를 못 이겨 먹어?



 2001.1.25


* 월간 한맥문학 2002. 6월호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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