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

당신의 조국

RobotWizard 2022. 1. 4.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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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조국

  서재남

안 그래도 시장하던 저 승냥이떼들
당신 덕에 호재를 만났오
좋은 먹잇감이 제 발로 걸어 들어와
오랜만에 고기 맛을 보게 해주고 있으니
어절시구 어깨춤에 휘파람이 절로 안 나겠소?
저 중에 우두머리 되는 놈 하는 양을 보오 
까짓 이실직고 따위가 무슨 필요냐
불문곡직 끌어다가 치도곤을 놓자
지금 당장에 살 긁어내고 뼈를 바르자
두둔하고 역성드는 놈들까지 싹 끌어다가
주리 틀고 물고를 내서 이 참에 아예
씨를 말려버리자!!
저, 살기 어린 눈빛을 좀 보시오

당신은 그랬겠지
설마하니 이만이나 세월이 흘렀는데
민간정부 들어선 지가 언젠데
달라져도 조금은 달라졌으리라 했겠지
너그럽게 받아주진 않더라도
이렇게까지 우우하니 달려들어
무참히 물어뜯고 발기발기 찢어발길 줄이야
몰랐겠지 순진한 당신은
그래, 와서 보니 어떻수
그 속이야 오죽하겠소만
이 알량한 조국의 품이 그리도 그립더이까
37년 세월 낯선 땅 가을 하늘빛이
얼마나 시리게 가슴 찔러댔으면
눈 질끈 감고 돌아들 마음을 다 먹었을까만

당신 외로 고개 틀며 떠나
때로는 연민으로 돌아도 보던
당신의 반쪼가리 조국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다오
이 땅을 온통 폭압과 공포로 얼려 붙이던 유신도 가고
유난히도 진달래 복사꽃 화려하던 그 학살의 봄도 가고
그 뒤로 강산이 몇 번을 변했어도
독재자는 비명에 가거나
백담사 아니면 감옥에라도 갔다 왔지만
그 간악한 잔당들과
그들이 주물러대던 몹쓸 법들은 죽지 않고
저리도 서슬 퍼렇게 살아남아
당신을 세계적인 학자의 자리에서 일거에 끌어내려
배신자, 상종 못할 인간 쓰레기로세 하면서
퉤퉤 침을 뱉는 중이오

오늘도,
또 조사받고 나오면서 당신이 올려다 본
손톱만큼도 너그럽지 못한
당신 조국의 가을 하늘은
무슨 낯빛으로
뭐라고 그럽디까?
무슨 언질이라도 줍디까
당신 여생 예서 살다가
고향선산에 뼈 묻어도 된다는?


  2003.10.12

* 송두율 교수를 두고 벌이는 미친짓들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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