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나 해라

공부나 해라

 서재남


네이슨지 나이슨지가 뭣 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비싼 돈 들여서 저리 하려고 드는 데는
무슨 깊은 까닭이 있지 않겠냐

너 학교 다니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거
담배 피우고, 피시방으로 비디오방으로 다니면서
온갖 불량하고 요상스러운 짓만 하는 거
그러다 정학 세 번 당할 뻔한 걸
이 에비가 네 학교 교무실 찾아가
무릎 꿇고 두 손 싹싹 빌어 모면한 거
성적은 꼴찌에서 선두라는 거
우리 집에 피아노 없고 테레비도 15년 된 고물이고
나 노가다 현장에서 허리 다친 뒤로
생활보호대상이고, 네 그래서 급식 먹는 거
너 어려서 네 엄마 집 나가고
너도 5학년 때 집 두 번 나갔다는 거
특히 너 어른한테 말대꾸 잘하고
이기적이고 남하고 어울리지 못하는 거
열살 때까지 이불에 오줌싼 거, 말 더듬는 거
눈 안 좋아 아무 데에나 부딪히는 거
또, 그 뭣이냐
아무튼, 이런 시시콜콜한 것까지 어떻게 손으로 적겠냐
1년도 아니고 12년 동안의 일을
그 좋다는 컴퓨터 놔두고 쓸데없는 고생을 왜 해
잘 배워 평생을 가르침 베풀고 사시는
저 어른들 하시는 일인데 어련들 하실라고

교육인적자원부라는 데가 뭐 하는 데겠어
저 이라크란 나라는 물먹을 샘을 파면
나오라는 물은 안나오고 석유만 펑펑 난다는데
이 나라는 온 땅을 다 뒤져도 석유 한 방울이 나나
지지리도 자원 없는 나라
그래서 너희들이라도 자원 삼아 잘 관리했다가
장차 석유도 바꿔오고
뭣도 하고 그럴 모양이지

아, 그런데 이 녀석이 하라는 공부는 않고
누가 너보고 그런 쓸 데 없는 걱정 하라디?
이제 자그마이 끼대나가고 공부 좀 해라
사람 될라믄
나는 너만 보면
허리가 좀 덜하다가도 도로 아프다, 이 놈아!


 2003.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