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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님전에 비옵나니
RobotWizard
2022. 1. 4.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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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님전에 비옵나니
서재남
사철 양지로만 골라들며 피는 꽃들 말고요
저 구석진 음지습지에 갇혀서도
제 값 다하는 애처로운 목숨들에게도
새해에는 따뜻한 햇살 골고루 나눠주시고요
목숨 얻어 태어난 모든 것들 서로 존귀하게
아끼고 사랑하는 세상이 되게 해 주소서
가진 자들은 없는 자에게 베풀 줄 알게 하시고
힘있어 힘자랑이나 일삼으며
병약한 자들 억누르고 괴롭히는 것들
손모가지를 또깍 분질러 주소서
단군 할아버님, 새해에는요
언제나 앞장서서 길라잡이를 자처하는 저 무리들
제발 옳고 바른 소리로 나발불게 하시고요
때만 되면 이리갔다 저리갔다 지조없이 나대면서
국민의 뜻 운운하는 버러지만도 못한 것들
올해에도 또 깝신거리거든
할아버님 발뒤축으로 콱 밟아버리시고요
60년 가까이 남 좋은 일만 시키면서도 퍼주네 어쩌네
제 형제간도 몰라보고 또 으르렁거리거든
못된 이빨들을 왕창 다 뽑아주시고요
나는 바담풍해도 너는 바람풍해라 식으로
억지에 생트집에 사사건건 어깃장만 놓는
그러면서도 과거는 묻지 말자고
어물쩍 넘어가려는 저 음흉한 작자들
할아버님 아무리 바쁘셔도
죄다 쓸어다 똥통에나 처박아주시고요
선하디 선한 우리 백성들
사람이 사람을 사람으로 대접하고 대접받는
좋은 세상 만들어
이 땅에서 다시는
사람 목숨이 개돼지만도 못하게 취급받는
그런 억장 무너지는 일
새해에는 제발 없게 하소서 할아버님.
단기 4336년 11월 29일(서기 20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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