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서재남(무애자)
꽃밭에꽃을가꾸다보면뽑아도뽑아도악착같이돋아나는풀들을볼수있죠
씨앗을뿌린것도아니고어디서옮겨다심은것도아닌데참희한도하지요
보기에는도대체가아무짝에도쓸모없을것만같은저런하찮은것들이
누구의힘을빌어서저리도아귀차고당차게제목숨보전을해내는지
저들의강인한생명력만큼은가히경외롭다하지않을수가없지요
신의섭리는또오묘하기도하여이땅위의생명있는모든것들을
따로이구별짓거나편애하지않고공평무사하게대해줍니다
대개우리는모든사물을우리의가치기준에따라판단하고
평가하려는아주고약한습성에젖어살아가고들있지요
우리의기호에맞지않거나이익을주지않는모든것은
나쁜것이므로배척해야마땅하다고여기는겁니다
이들도우리와똑같은자연의일부임이분명한데
까짓이쁜꽃좀피우지않으면잡풀이라부르고
부득이생존의방편으로독성을품고있으면
무례하게도독풀이라하여박대를합니다
우리에게직접적인해를주지않음에도
도대체우린무엇때문에무슨권리로
저들을함부로배척하려는걸까요
이땅위에생명을얻어난것중에
오로지자기만귀한줄로알고
함께더불어살려하지않는
오만과독선에찬무리가
인간말고또있을까요
차라리잡풀보다도
더나약한것들이
어쩌면그렇게
생명대하길
무참하고
가볍게
하는
지
이
땅에
우리가
들어오기
오래전부터
당당히터잡고
묵묵히살아나온
보십시오이풀들을
우리가이름지어붙인
몇안되는풀을제외하곤
거의가이름모를풀이지만
그것은우리가모르고있을뿐
이들끼리는서로부르는이름이
아마분명있을거란생각이들어요
이렇게부드러운풀밭위를걸을때는
이들다치지않게조심스레걸어야해요
미안하다고직접말을건네는것도좋지요
그러면웃으면서괜찮다고응답을해줍니다
이들에게이웃들과어떻게지내는지물어보면
이들은어떠한생계의어려운문제에봉착해서도
이웃들과서로도움을주고받으며더불어살아가는
공생공존의관계를절대로훼손하지않는다고합니다
우리인간들처럼함부로이웃을해하는짓은않는답니다
이들이이렇게무성한나무숲만큼이나번창하기위해서는
뿌리는뿌리끼리이파리는이파리끼리서로가얽히고섥혀야
한다는저들나름의삶의법칙을충실히따랐을것이분명합니다
저들이그장대비에도휩쓸려떠내려가지않고거뜬히버티어내고
아무리큰바람불어도허리꺾이지않는것은저들함께살아가는동안
기대일어깨를내어주고서로팔벌려끌어안아주는그덕분아니겠어요
한뼘도채안되는땅에섞이어살아도햇볕한줌까지도저리사이좋게나눠
가질줄아는저들의미덕우리네인간들이풀들에게서배울게꼭이뿐일까만
2002.4.7